10.19.2012.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하에 살면서 무엇이 자본주의냐고 물으면 누구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합니다. 심지어 전문 학자들도 당황합니다. 살아오면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너무 많이 들어 왔지만, 이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분들은 대부분 이러한 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한국의 강철 군화(Iron heel) 정권하에서 금서로 지정되어 휴대만 해도 빨갱이로 잡혀가던 웃지 못할 시절도 있었습니다. 군화들이 정말 자본론을 한 줄이라도 읽어 봤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어렵고 방대한 양 때문에 비전문가들이 접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분야를 마침 한국의 EBS 교육방송에서 잘 제작된 프로그램이 있어 이것을 더 쉽고 간략하게 편집하였습니다. 미디어 자체를 링크하면 저작권에 위배되므로 이미 알려진 이론이기에 글로써 설명합니다.
자본주의(資本主義)란 무엇인가? (What is capitalism?)
제1부. 돈은 빚이다
자본주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한마디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무언지도 모르고 어떻게 자본주의 시대에 살겠습니까? 자본주의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나봅니다.
에릭 매스킨(Eric Maskin): 200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프린스턴대학교 사회과학과 교수
“자본주의는 자유시장 체제입니다.”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저서- 제국, 현금의 지배, 금융의 지배. “금융은 인류문명에 필수적이었습니다.”
제프리 잉햄(Geoffrey Ingham): 캠브리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저서- 돈의 본성, 자본주의
“돈은 장막 같은 겁니다. 진짜 경제를 보려면 이걸 열어 젖혀야 하죠.”
제프리 마이론(Jeffrey Miron):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서- 자유주의의 모든 것
“현대 경제에서 돈은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에서 나옵니다.”
존 스틸 고든(John Steele Gordon): 미국 금융사학자, 저서- 위대한 게임, 해밀턴의 은총
“중앙은행은 은행가들을 위한 은행입니다.”
리처드 실라(Richard Sylla): 뉴욕대학교 금융사학과 교수, 저서- 금리의 역사
“중앙은행은 재정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고 불황을 줄이기 위한 금융기관입니다.”
엘렌 브라운(Ellen Brown): 미국 공공은행 연구소 대표, 변호사, 저서- 달러
“은행이 하는 것은 야바위(Shell game)입니다.”
자, 그럼 제일 먼저 무엇부터 알아야 할까요? 현대는 금융자본주의 세상입니다. 금융, 즉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뜻입니다. 돈이 태어나는 근본 원리를 아는 것은 여러분에게 불편한 진실이 될 것입니다. 그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진실의 세계로 가보겠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돈의 진실
돈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때로 돈을 사랑합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비난 받을 일 일까요? 아니면 돈을 무시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일까요? 아니면 돈을 모르는 것이 문제일까요?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은 한국에서 만든 시스템이 아닙니다. 영국에서 시작돼서 미국에서 발전된 시스템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금융시스템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합니다. 돈이 도는 근본 원리는 다 똑같습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물가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어린 시절 짜장면 한 그릇에 15원, 그런데 요즈음 짜장면 한 그릇 먹는데 4,500원 합니다. 50년 동안에 무려 300배나 올랐습니다. 도대체 물가는 왜 오르기만 할까요? 물론 가격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기는 했습니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지요. 수요와 공급 곡선이 만나는 곳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내린다는 이론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단지 그 이유 때문일까요?
1억짜리 아파트가 1년도 채 안 돼서 2억이 되는 것은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서일까요? 혹시 물가가 오르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물가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돈의 양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 즉 통화량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그럼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우린 흔히 조폐공사에서(한국) 찍어 낸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조폐공사에서 돈을 찍어 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돈의 극히 일부분입니다.
니얼 퍼거슨: “사람들은 흔히 돈 하면 종이돈과 동전만을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도 돈의 일부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돈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은행에 있습니다.”
엘렌 브라운: “정부 인쇄기를 보고 정부가 돈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돈을 만드는 방식이 아닙니다.”
이해가 안 되시지요? 그러면 나머지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그것을 알려면 이 사회에서 돈이 어떻게 도는지 알아야 합니다.
은행이란 무엇인가?
은행에 대한 막연한 생각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조폐공사에서 100원을 찍어서(발행) 시중은행에 주었습니다. 그러자 중소기업사장 A가 대출을 받아서 기계도 사고 직원들 월급도 줍니다. 수익이 나서 원금과 이자로 50원을 갚았습니다. 그러면 은행은 다시 학원 원장 B에게 50원을 빌려줍니다. B는 그 돈으로 선생님 월급도 주고 운영비로 씁니다. 이렇게 여러분은 누군가가 저축을 하면 은행은 그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서 장사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을 것입니다. 이것은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은행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은행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기 때문에 가졌던 생각입니다.
엘렌 브라운: “은행은 예금 한도 내에서만 빌려주지 않습니다.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려 할 때, 죄송합니다, 당신의 예금을 스미스 씨에게 대출해 줬습니다, 30년 후에 찾으러 오십시오,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예금으로만 대출해 주지 않습니다. 그럼 도대체 무슨 돈으로 대출해 줄까요? 생각해 보십시오. 위에서 예를 들어 설명한 것처럼 사람들의 예금으로 만 돈을 대출해 준다면 시중에 돈은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에 준 돈 딱 100원만 유통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중에 있는 돈은 100원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조폐공사에서 찍어낸 돈보다 더 많다는 얘기입니다. 조폐공사에서 찍어내지도 않은 돈이 어떻게 시중에 더 많이 유통 될까요?
돈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내가 돈을 100원 벌어서 금고에 넣어두면 돈은 계속 100원뿐입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예금한 돈을 은행 금고에 넣어두면 계속해서 100원뿐입니다. 그런데 은행은 돈을 그냥 금고에 넣어두지 않습니다. 은행은 100원 중 지불준비금 10%인 10원만 남겨두고 90원은 대출해 줄 수 있습니다. (여기서 90원을 “신용통화”라고 합니다.)
그 돈을 A가 대출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내 통장에는 분명히 100원이 찍혀있는데 나와 A를 합하면 190원을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알쏭달쏭하지요? 수학 방정식에 넣어봐도 전혀 맞지 않는 계산입니다.
궁금하시지요? 어떻게 90원이 생겼는지, 왜 은행은 10원을 남겨야 했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약속 때문입니다. 정부와 은행과의 약속 때문입니다. 법으로 지불 준비금을 10%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10원이 생긴 것이 아니라 90원의 여유 자금이 생긴 것입니다. 이 원리는 1963년 미 연방준비은행(FRB) “현대 금융 원리”(Modern Money Mechanics)에 나오는 업무 메뉴얼입니다. 이 메뉴얼에는 “부분 지급 준비율” 10%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객이 찾아갈 돈을 100%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10%만 보유하라고 법으로 정해 줌으로써 고객이 예금한 돈보다 더 많이 시중에 유통되게 한 것입니다.
지급 준비율은 사실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엘렌 브라운: “지급 준비율은 16세기 영국 사람들이 금 세공업자에게 금의 안전을 위해 맡기던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찰스 넬슨(Charles Nelson)의 저서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16세기 영국에서 자주 일어났던 이야기로서 이 시대에는 금이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은 휴대하기 무거웠으므로 금 세공업자(Goldsmith)는 금화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관하기 위해 금고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금을 보관하기 위해서 금 세공업자의 금고를 빌렸습니다. 금 세공업자는 보관증을 써 주었습니다. 보관증만 가지고 오면 언제든 금을 내주겠다는 증서였습니다. 물론 보관료도 받았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금화 대신 보관증으로 거래하기 시작했습니다. 금화보다 훨씬 가볍고 언제든 보관증만 내밀면 금 세공업자는 금을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수표와 같은 원리입니다.
그것을 본 금 세공업자는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한꺼번에 모든 금화를 찾으러 오지 않고, 동시에 몰려오지 않는다.” 금 세공업자는 재치를 발휘합니다. 사람들이 맡겨둔 금화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 시작합니다. 대출이 잘 갚아진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로 생각합니다. 엄청난 이자 수익이 발생하여 세공업자가 부유해지자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세공업자는 또한 번 재치를 발휘하여 금화를 맡긴 사람에게 이자 수익을 나누어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수입이 들어오니 싫어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세공업자도 걱정할 것이 없었습니다. 대출이자가 예금이자(금화를 맡긴 사람에게 주는 돈)보다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욕심이 더 생겼습니다. “내 금고에 금화가 얼마나 있는지 아무도 몰라.”
금 세공업자는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화를 보관증을 남발하여 마구 빌려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금 세공업자가 없는 돈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당시에 그런 것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금 세공업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금화보다 10배나 많은 보관증을 발행했습니다. 사람들이 통상 약 10%의 금을 찾으러 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현재의 10%의 지급준비율의 토대가 됩니다.
이렇게 있지도 않은 금화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다 보니 어느새 금 세공업자는 은행가로 변신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의심하기 시작하고 갑자기 고액 금화의 예금주들은 금화를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보관증 대신 금화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없는 금화의 보관증까지 마구 발행했으니 금화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바로 뱅크런(Bankrun)이 일어난 것입니다.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동시에 돈을 찾는 현상) 현대에도 아무리 건전한 은행이라도 뱅크런이 일어나면 파산하게 되어 있습니다. 은행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은행들이 내세운 슬로건이 높은 이자로 예금을 유치하고, 반면에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일어났던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뱅크런이 있었고, “저축은행”이라는 이름도 신용 때문에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원래 저축은행의 이름은 “상호신용금고”였습니다. 상호신용금고의 설립허가 취지는 명동의 사채업자나 강남 개발로 졸부가 된 사람들의 지하 경제 돈을 제도권으로 흡수한다는 건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전문성 결여로 사고뭉치로 전락하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신용이 떨어지자 이름을 “저축은행”으로 바꾸었습니다. 단지 시중 은행처럼 이름을 띄어 쓰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예: 시중 은행은 “국민 은행”처럼 “은행”을 띄어 쓰지만, 저축은행은 붙여 써야 함.
한국 공무원들의 수준이 이 정도입니다. 이러니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은행”이라고 이름이 붙었으니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준다는 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당하는 사람은 정보에 어두운 불쌍한 서민들입니다. 그래서 무지(無知)는 자발적 불행(自發的 不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뱅크런이 일어나면 어느 은행이나 파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은행이 내줘야 하는 돈은 원래 예금액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금융위기 때 일어나는 현상이고,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위에서 말한 엘렌 브라운이라는 변호사가 은행은 야바위(Shell game)라고 한 이유를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리처드 실라: “금융위기는 300~400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 주기적으로 종종 일어납니다.”
당시 영국 왕실은 전쟁으로 금화가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왕실은 세공업자에게 제안합니다. 금 세공업자가 가상의 돈을 발행할 수 있도록 특별 허가를 내줍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한국의 “제일 은행”을 인수한 영국의 “Standard Chartered”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에 Chartered 라고 “면허받은, 공인된”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은 것입니다. 300년 전에 영국 왕실은 금 보유량의 3배까지 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습니다.
제프리 잉햄: “왕은 전쟁을 위해 돈을 빌려야 했고, 상인들은 무역로가 확보되기를 바랐습니다. 서로 연결고리가 있었던 것이지요. (요즈음 같으면 재벌들의 정치자금 정도) 부르주아 자본주의 상인들과 국가가 서로 연합을 했습니다. 왕은 상인들이 잉글랜드 은행을 설립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왕실이 특권을 준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은행이 설립되고, 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이용해서 돈을 마음대로 불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약속이 현대 은행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자, 그러면 지급준비율이 10%이면 돈이 얼마나 불어나는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은행이 돈을 만드는 과정
은행에 100억이 들어오면, 10%의 지급준비금을 남겨두고 90억(신용통화)을 대출해 줍니다. 그러면 실제 시장에서 도는 통화량은 100억+90억=190억입니다. A 은행은 90억에서 지급준비금 10%를 남기고 B 은행에 81억을 빌려줍니다. A:81억 → B:72억 → C:65억 → D:59억 → E:53억 → F:47억 → →이런 식으로 무한등비급수의 합처럼 늘어납니다. 이러한 과정을 “신용창조”라고 합니다. 은행이 대출해 줄 때 새 돈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신용창조 한 돈의 합계가 얼마까지 일지 상상해 보십시오. 원래 있던 100억이 대출할 때마다 돈이 생겨서 1,000억이 됩니다.
제프리 잉햄: “지급에 대한 약속입니다. 신용인 것입니다. 모든 돈은 신용입니다.”
엘렌 브라운: “오늘날엔 금과 무관합니다. 은행은 통화 시스템을 부풀립니다. 그게 은행이 하는 일입니다. 더 많은 대출을 해주어야 통화 시스템에 더 많은 돈이 생깁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가 빚 권하는 사회가 된 이유입니다. 고객이 대출해 가야 물론 이자 수익도 있겠지만, 새 돈이 생기는 것입니다. 지급준비율이 낮을수록 은행에는 더 적은 돈만 남겨집니다. 1/20%(지급준비율)=5, 1/10%=10, 1/5%=20,…. 이런 식으로 지급준비율이 낮아질수록 대출해 줄 자금이 많아집니다. 한국은 지급준비율을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 결정합니다. 현재 한국은 3.5% 내외입니다.
한국의 짜장면이 15원에서 4,500원까지 오른 이유 중에 한 가지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한국의 지급준비율 3.5%에 맞춰 통화량의 증가를 숫자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머리아프지 않습니다. 굳어버린 짜장면 비비기 보다 쉽습니다.
A 은행은 고객인 “갑”이라는 기업에 5,000억을 빌려줍니다.
“갑”은 하청기업인 “가” 기업에 물품대금으로 5,000억을 지급합니다.
“가” 기업은 약 5%인 250억을 쓰고 나머지 4,750억을 거래 은행인 B 은행에 저금합니다.
B 은행은 지급준비금 10%를 제외한 4583.8억을 “나” 기업에 대출해 줍니다.
“나” 기업은 위와 같은 형식으로 계속 이루어진다고 가정해 봅니다.
은행에 돈이 입금 됨과 동시에 신용은 창출되어 5,000억이 최고 6조 원까지 불어납니다
니얼 퍼거슨: “금융 시스템의 돈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고, 단지 컴퓨터 화면에 입력된 숫자로만 존재합니다.”
엘렌 브라운: “은행은 꼭 실제의 돈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당신이 원하면 즉시 내주겠다고 주장합니다.”
새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마치 뚜껑을 열 때마다 새로운 인형이 나오는 러시아 인형과 같습니다. 돈은 은행에 들어갈 때마다 계속 불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존 스틸 고든 : “은행은 무엇을 할까요? 남의 돈을 가지고 돈을 법니다.”
“우리의 통화 시스템에 빚이 없으면, 돈도 없습니다.” 1941년 하원 금융통화위원회 청문회에서 – 매리너 에클스(Merriner Eccles) 전 FRB 의장
이제는 시중에 돌고 있는 돈이 조폐공사에서 찍어낸 돈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물가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이렇게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는 경제 현상을 인플레이션(Inflation, 통화팽창)이라고 합니다. (유효수요 이론의 입장에서는 다른 견해도 있지만, 여기서는 전문적인 경제 이론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에 생략합니다.)
지금까지는 일반 시중 은행이 어떻게 통화량을 늘리는지 보았지만, 중앙은행도 통화량을 늘립니다. 시중 은행이 돈을 늘리는데 그 원금은 중앙은행이 공급합니다. 중앙은행은 이자율 통제와 화폐 발행으로 시중의 화폐량을 조절합니다. 요즈음 미국에서는 양적완화란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시중에 통화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하여 이자율을 0 %까지 내렸으나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마지막 수단으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시중에 푸는 것입니다. 이것을 마치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과 같다고 하여 FRB 의장을 “헬리콥터 버냉키”라고 합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돈을 이렇게 찍어내야 하는 근본적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로저 랭그릭(Roger Langrick)이 쓴 “새로운 천 년을 위한 통화시스템” (A Monetary System for the New Millennium) 논문의 이론을 설명합니다.
돈의 이자는 어디서 오는가?
간단한 예를 들겠습니다.
외부 세계와 전혀 통화 교류가 없는 외딴 섬이 있습니다. 이 섬에는 중앙은행 A와 시민 B, 시민 C, 시민 D, 이렇게 네 사람이 삽니다. 중앙은행 A가 발행한 돈은 딱 10,000원입니다. 이 돈을 시민 B가 연이율 5%로 빌렸습니다. 그러니까 1년 후에 이자 500원을 합하여 10,500원을 갚기로 한 것이지요. 시민 B는 시민 C에게 10,000원을 주고 고기를 잡기 위하여 배를 한 척 삽니다.
중앙은행 A: 10,000원 발행→시민 B: 10,000원 빌림+5% 이자→시민 C: 10,000원을 받고 시민 B에게 고깃배를 팜.
B는 열심히 고기를 잡아 돈을 법니다.
자, 그러면 과연 시민 B는 1년 후에 10,500원을 갚을 수 있을까요?
갚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섬에 있는 돈은 딱 10,000원뿐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이자 500원은 없습니다. 은행 시스템에는 애초에 이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은행이 이자를 받으려면 딱 한 가지뿐입니다.
중앙은행 A가 500원을 더 발행하고 시민 D가 500원을 중앙은행에서 빌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B가 열심히 일해서 섬에 있는 돈을 다 벌게 되면, 원금과 이자를 합하여 10,500원을 갚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민 D가 빌린 500원에 대한 이자는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같은 방법으로 중앙은행 A가 또 돈을 발행하여 누군가에게 빌려 주어야만 가능합니다. 결론은 이자가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계속해서 돈을 찍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통화팽창(Inflation)을 가져와서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시민은 빚에 쪼들리고, 은행은 대출 원금과 이자를 받기 위하여 계속해서 대출을 더 해주어야 합니다.
정상적인 은행 시스템하에서도 통화 팽창은 필연적인데 정부에서 경기를 살리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우려로 양적완화 QE3는 단기채권을 장기로 바꾸는 것으로 시중에 자금이 직접 풀리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미국의 미래고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 수는 줄어들어 미국인들의 실질 소득은 줄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돈을 푸는 이유는 인플레이션보다 장기 불황이 더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외딴 섬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시민 B는 열심히 고기를 잡아 팔아서 섬에 있는 돈을 다 끌어모아 이자를 합하여 10,500원을 갚았습니다. 이자 500원은 물론 시민 D가 중앙은행에서 빌렸던 것입니다. 시민 D는 500원을 B에게 주고 생선을 사 먹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이자를 갚으려면, 누군가의 대출금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누군가는 파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구로 부터 돈을 가져온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적게 돌면 누군가는 이자를 갚을 수 없게 되고 그 사람은 파산하게 되는 겁니다. 그 사람이 누군가 하면, 빚은 많고 수입은 적으면서 경제에 밝지 못한 사람이 가장 먼저 피해자가 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현대 금융시스템의 빚 보전법칙입니다. 누군가 빚을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하게 됩니다. 모든 돈이 빚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이 필연적입니다. 이자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다른 사람의 돈을 뺏기 위해 경쟁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이 전부입니다.
인플레이션의 반대로 시중에 통화가 줄어들면 지금과 같이 디플레이션(deflation)이 지속됩니다. 물가는 하락하고, 기업도산이 많아지고 실업자가 많아집니다. 통화량이 줄어드니 빚 많은 약자가 제일 먼저 파산하게 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지금 이 불경기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 사회라고 수도 없이 말해 왔지만, 지금도 어떤 분들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니 구워서 뼈까지 발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정보를 획득하고 공부해야 더 잘 살 수 있습니다.
엘렌 브라운(미국 공공은행 연구소 대표): “세계의 신용은 무너졌습니다. 여전히 디플레이션에 있습니다. 돈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유럽 연합을 보십시오. 여러 국가가 빚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진 빚인가요? 빚과 이자를 갚을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플레이션 후에는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왜냐면, 호황이 진정한 돈이 아닌 빚으로 쌓아 올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만들어 번 돈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돈,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빌린 돈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그러면 경제 위기를 미리 아는 방법은 없을까요? 에릭 매스킨(200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금융위기가 정확히 언제 일어날지 미리 아는 것은 어렵습니다. 지진이 어디서 언제 일어날지 아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하지만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1925년 러시아의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는 자본주의 경제 환경에서는 장기 순환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주기가 48~60년 정도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금세기의 대표적 경제학자 슘페터(오스트리아) 역시 자본주의 경제 형태는 물결과 같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고 주장했습니다. (54~60년) 그리고 이것을 콘드라티예프 파동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자, 그럼 우리의 경제 위치가 어디인지 안다면, 불경기가 언제까지 갈 것이고 진정한 호경기는 언제부터 시작될지 여러분 스스로 예측해 보십시오. 미국의 콘드라티예프 겨울은 2000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07년부터 내리기 시작한 금리는 지금 현재 0 % 상태입니다. 아래 콘드라티예프 차트를 보시면 1789년부터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예측이 아니고 지난 데이터이기 때문에 정확합니다. 2000년부터 정확히 콘드라티예프 곡선의 겨울이 시작됨을 알 수 있습니다. (맨 아래 붉은 선 챠트)
저의 글을 계속 읽어 오신 분들은 짐작하셨을 것입니다. 저의 글에서 자주 언급했습니다. 조지 w 부시가 2000년에 당선되자, 제가 미국이 망하는 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2004년에 재선되자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길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나라건 대통령을 생각없이 뽑으면 안 됩니다.
부시 때 금융 회사들은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대출해 주었습니다. 상품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여 번 돈이 아니라 은행에서 빚내어 중국의 제품을 소비하고 살았습니다. 빚으로 집을 사고 차를 샀습니다.
콘드라티예프 주기가 시작되었는데, 전쟁을 일으켜 막대한 빚을 지게 하였습니다. 전쟁으로 인하여 아무런 소득도 없이 아직도 전쟁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습니다. 미국 경기 수축기가 60개월이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집값이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고 합니다. 오동잎 하나 떨어진다고 가을이 왔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이해하려면, 은행 시스템을 정확히 알아야 돈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다음 글에서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애덤 스미스 부터 칼 마르크스의 철학과 사상을 알아보겠습니다.
“나는 어떤 꼭두각시가 권력을 획득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영국의 통화를 지배하는 자가 대영제국을 지배하는 것이고, 나는 영국의 통화를 지배한다.”
-네이선 로스차일드(Nathan Rothschild, 로스차일드 금융 설립자)
“한 나라를 정복해 예속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칼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빚으로 하는 것이다.”
-존 애덤스(John Adams, 미국 6대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