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뻐꾸기 알까기

12.27.2011.

어린 시절 봄이 되면 파릇파릇한 산과 들을 많이 쏘다녔습니다. 아지랑이 아롱대는 밀밭 위 하늘에는 종달새가 둥지에 들어가기 위해 속임수를 쓸려고 울어 댔습니다. 종달새는 얼마나 영리한지 하늘에서 정지하여 울다가 어느 순간 총알처럼 수직으로 떨어져 밀밭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정작 내려앉은 곳에는 둥지가 없고 약 100m 전방에 둥지가 있습니다. 엉뚱한 곳에 내려 밀밭 속에서 쏜살같이 이동합니다. 아주 영악합니다. 저보다 한자리가 높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둥지를 구경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더 영리한 새가 있습니다. 아주 얌체입니다. 바로 뻐꾸기입니다. 뻐꾸기는 우리 문학에 여러 가지 이름으로 한이 서린 새로 많이 나옵니다. 뻐꾸기는 종족 번식하는데 둥지를 틀지 않습니다. 다른 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까 놓으면 둥지 주인이 마실간 사이에 살짝 와서 알을 까고 도망갑니다. 둥지 주인 새는 자신의 알인 줄 알고 열심히 품어 부화시킵니다.

새끼가 태어나면 어미 새는 모두 자신의 새끼인 줄 알고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지극 정성으로 키웁니다. 뻐꾸기는 산 새보다 태생적으로 덩치가 크기에 눈으로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조그만 둥지에 새끼 뻐꾸기 한 마리 몸이 꽉 찹니다. 새끼 뻐꾸기는 원래 주인인 산새들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 떨어트려 죽게 합니다. 그리고 혼자 먹이를 받아먹고 순식간에 자랍니다.

           (왼쪽이 거의 다 자란 뻐꾸기이고 오른쪽이 속아서 뻐꾸기를 키우는 어미새)

남의 둥지에서 남의 부모가 주는 먹이를 받아 먹고 자라나는 뻐꾸기 새끼가 영악합니다. 그보다도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새끼는 돌보지도 않고 뻐꾹 뻐꾹 울면서 이산 저산 바람피우러 다니는 어미 뻐꾸기가 더 영악스럽습니다.

요즈음 한국의 정치를 보니 갑자기 뻐꾸기가 생각난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 위원장이 대책위원으로 몇 명을 뽑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중에 눈길을 끈 인사가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과 이상돈 중앙대 교수입니다. 김종인 씨는 노태우 정권 시절 경제수석으로 재벌들이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팔도록 한 장본인입니다. 그래서 보수주의자이지만 개혁성향으로 분류되었던 사람입니다. 그런 인연으로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도 했었지요. 민주당을 탈당 후 박근혜 위원장의 멘토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분이 처음에는 안철수 교수도 만나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서울시장 선거 때 안 교수가 반 한나라당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자 박근혜 위원장으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반면 이상돈 교수는 전혀 학술이나 정치권에 알려진 분이 아닙니다.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 쪽에서 일했다는 정도만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4대강 사업을 앞장서서 반대했습니다. 그의 글과 주장을 보수지인 조중동은 일절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4년 동안 한겨레를 비롯한 진보 진영의 매체들이 꾸준히 두 사람의 주장을 보도해 왔습니다. 사실상 진보 진영에서 키워준 것입니다. 무명의 인사를 진보지에서 키워 놓으니 한나라당에서 데려간 것입니다. 진보 매체는 자기 새끼인 양 열심히 먹이 물어다 키워 놓으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물론 민주당에서는 관심 밖의 인사들이었으니 뻐꾸기가 아니었겠지만, 진보 매체들은 말도 못하고 헛웃음만 나오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

박근혜 위원장이 급해졌습니다. 지난 저의 글에서 예측했듯이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겠지만 이렇게 빨리할 줄은 몰랐습니다. 안철수 교수 때문에 다급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제 견해로는 안 교수가 박 위원장의 경쟁 상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는데도 지지율에서 차이가 없습니다. 박 위원장의 거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보수지들이 총력 지원으로 두 사람의 매치로 몰아가고 있지만 안 교수 아니라도 박 위원장은 어려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해체가 너무 빨리 온 것 같습니다. 친 이 계는 탈당하여 박세일 씨가 추진하는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신당으로 갈 것입니다. 그리고 양쪽 보수 진영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했다가 대선이 가까워지면 후보 단일화로 가겠지요. 이 대통령은 탈당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뻐꾸기들이 남의 둥지에서 자라서 자기 둥지를 찾아가니 시끄러워지고 있습니다. 권력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뻐꾸기의 사기 인생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놀랍습니다. 부모로부터 유전되는 동물적 본성이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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