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영혼을 마시는 술 앱상트, 한잔하시겠습니까?

4.8.2011.

예술을 탄생시킨 술 Absinthe

19세기 예술가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 술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기에 간단히 술을 소개합니다. 앱상트 (Absinthe)라는 이 술은 일반적인 술처럼 밀이나 수수, 감자, 포도 등으로 만든 곡주가 아니고 쑥을 비롯한 여러 가지 허브(Herb)로 만든다고 합니다. 알코올 도수가 40도에서 70도라고 하니 대단히 독한 술입니다. 한국의 소주가 20도 정도이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합니다. 그런데 이 술이 그저 독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환각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19세기 파리의 암울한 뒷골목은 예술가들의 천국이었다고 합니다. ‘에메랄드의 유혹’ ‘마법의 술’ ‘녹색의 마귀’ 등으로 불리는 앱상트에 취해 화가와 문인들은 예술을 논했다고 합니다. 특히 앱상트를 즐겨 마셨던 유명한 예술인들이 많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랑스 시인, 일탈과 자기파괴를 통해 지옥과 같은 세상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었던 천재 저항 시인 랭보, 비운의 천재 고흐, 앱상트에 관한 그림을 가장 많이 그린 로트렉. (고흐는 로트렉을 만나기 전까지는 착했는데 몽마르뜨에서 잠시 있을 때 로트렉을 만난 후부터 앱상트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 파리를 방문한 헤밍웨이, (그는’오후의 죽음’ ‘악마의 죽음’이라고 표현함) 피카소, 모파상, 보들레르, 드가, 르느와르 등 수 많은 예술인이 즐겼던 술입니다. 그 이유는 가난한 예술인들이 마실 만큼 가격이 저렴했으며 환각과 환청, 착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고흐가 귀를 자른 것도, 물론 그의 정신 병력도 있겠지만 앱상트를 많이 마신 결과가 아닐까요? 지난해 저는 약 한 달 동안 꿈속에서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저의 남은 인생에 영원히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샌 프란시스코 드 영 뮤지엄 (De Young Museum)에서 ‘인상파 화가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했습니다. (Birth of Impressionism, Masterpieces from The Musee d’Orsay. 5,22,2010 – 9,6,2010)
모네, 마네, 드가, 르노아르, 세잔느, 고갱 등 인상파 화가들의 보석 같은 많은 작품 중에서도 특히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묻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론 강 너머의 별이 빛나는 밤’ (Starry Night Over the Rhon River, 1888. 한글 이름은 제가 임의대로 번역)이 저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제정신에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 이것이 저의 판단이었습니다. 분명히 앱상트에 취해서 그렸을 것입니다. 앱상트에 중독이 되면 모든 자연이 노란색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고흐의 그림 중 유난히 아름다운 노란색이 많습니다. 원화의 노란색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학창시절에 이렇게 아름다운 원화를 접했었다면 아마 화가로 인생이 바뀌지 않았을까 많이 생각했었습니다. 코딱지만한 그림(72.5cm × 92cm) 한점 때문에 주말마다 3주 동안 뮤지엄에 다녔습니다. 바로 아래 그림입니다.

                                           ( Starry Night Over The Rhon River.1888. )

가장 원화와 가깝다고 찾은 그림이지만 아깝게도 약 10%만 비슷합니다. 보름달이 환하게 비치는 철 지난 바닷가를 가 보셨나요? 달빛에 일렁이는 잔물결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고흐 시각에서 본 론 강의 현재 모습)

다음은 드가의 ‘앱상트’ 그림을 감상하시지요. 너무나 표현이 잘 되어 있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뒷벽의 그림자로 봤을 때 어둠이 깔려가는 저녁 무렵인 것 같습니다. 한 쌍의 남녀가 앱상트 한 병과 술잔을 놓고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이미 취해서 초점을 잃은 여인과 냉담한 표정으로 딴 곳을 응시하고 있는 시선에서 허무하고 쓸쓸한 도시인들의 암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서로 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드가 ‘앱상트’ 1876.)

피카소의 앱상트 사랑은 유명합니다. 다음 그림 하나로 당시의 가난과 우울했던 시대를 대변합니다. 앱상트 한잔을 앞에 두고 고독과 추위와 배고픔을….
이 그림이 작년에 700억에 팔렸다고 합니다. 피카소는 이런 말을 남겼지요.
‘젊게 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인상파 화가들과 예술가들은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갉아 먹는데도 앱상트 한잔으로 그들의 고독을 위로받았을 것입니다. 왜, 예술가들은 자기를 파괴할까요? 혼자만의 세계를 그림으로, 또는 글로, 음악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하여 자신을 파괴할까요?
사강은 이렇게 말했지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현대식 디자인의 앱상트 병)

주말입니다.
예술을 탄생시킨 앱상트 한잔하시지 않겠습니까? 샌 프란시스코에 가시면 머리에 꽃만 꽂지 마시고 앱상트도 한잔해 보심이 어떨지요. 앱상트라는 Bar & French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상술이 기가 막힙니다. 길 이름이 고흐 스트리트에 있습니다.

술맛이 어떠냐고요?
제가 술 전문가가 아니라서인지 치약을 물에 희석해 놓은 것 같습니다.
저는 분위기를 즐기는 스타일이라 술에 대한 평가는 자제하겠습니다. 인류의 영원한 유산인 불멸의 예술인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니까요.

한국은 앱상트가 수입 금지되어 있습니다. 마약처럼 환각 작용을 하기 때문이겠지요. 잘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기와 마약의 청정국가, 이것은 자랑할만한 일입니다. 연초에 LA 경찰 간부들이 한국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잠들지 않은 서울 거리를 보고 안전 천국이 바로 이곳이라고 했답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도 사슴이 먹으면 맑은 눈에 눈물이 되어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만,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겠지요. 고주망태는 술을 마시면 고래고래 소리지르지만, 시인의 입에서는 시가나옵니다. 랭보의 시 한 수를 소개하며 한 주를 마감합니다. 아마도 랭보는 앱상트 한잔을 옆에 두고 이 시를 쓰지 않았을까요?

가난한 자의 몽상

아마, 그런 밤이 나를 기다려 주리라
어느 고도(古都)의 한구석에서 조용히 술잔을 들고
더욱 즐겁게 죽어갈
그러니까 난 끈기있게 살아야지

내 불행이 좀 가셔지고
언젠가 돈이 좀 생기면
북쪽 나라에 가볼까
아니면 포도 열매가 풍성한 나라에
아아! 몽상하는 건 덧없는 것이지

그러니까 그것은 순수한 상실이지
비록 내가 다시 한번
옛날의 여행자가 될지라도
풀빛 여관이 내 앞에 나타나 활짝
맞이해 줄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랭보는 아프리카를 떠돌다 37세에 ‘졸업’했습니다)

Harmonica Jazz. Lee Oskar의 True Love 
San Francisco 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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