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한국 외교 유감

11.27.2011.

한미 간 FTA가 11월 22일 한국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면서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해 연일 데모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데모 군중을 향해 소위 말하는 물대포를 쏘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이명박 정권 초기에 일어났던 촛불집회 시위를 떠올렸습니다.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 쇠고기 시장을 한국에 개방하는 것은 광우병 우려보다는 비록 대통령이라도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결정은 대통령 혼자 마음대로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는 기본적 의식도 없이 혼자 미국에 가서 대접받고 마음대로 결정한 것에 대한 국민의 반감 표시였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내용은 접어둔 체 보수언론들은 한결같이 광우병 우려가 없다는 선전만 하여 중요한 초점을 국민이 외면하게 하였습니다. 언론이 집권자 편에 설 때 얼마나 국가적으로 큰 피해가 오는지 또다시 FTA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에 보수 언론이 위에서 지적한 국민과의 소통 문제를 확실히 비판해 줬다면 또다시 지금과 같은 일이 반복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정권에서 4년 전에 실수했던 광우병 촛불집회를 FTA로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 부재라는 큰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독재입니다. 자기만이 옳고 국민은 아무것도 모르니 따라오기만 하라는 것입니다. 특유의 내가 다 안다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되는 경험의 고집이 독불장군의 전형입니다. 무식하면 고집불통이 됩니다. 상대의 의견은 전혀 들어보지 않고 무시하면서 시키는 대로 하라는 스타일입니다.

정권의 명칭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겸손함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 정권들은 문민정부니, 국민의 정부니, 참여정부니, 하고 국민과 정권을 나누려고 하는 성의라도 명칭에서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당당하게 “이명박 정권”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개인의 정권처럼 느껴집니다. 이것도 미국식으로 따랐다고요? 한국의 정서가 미국과 똑같습니까? 미국처럼 한국이 삼권분립이 잘 되어 있습니까? 정권의 시녀라고 하는 검찰총장을 국민이 직접 뽑습니까?

같은 민주주의라도, 같은 이름이라도 집권자의 통치철학과 국민의 의식 수준에 따라 국가의 행태는 다릅니다. 북한은 정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누가 감히 북한을 민주주의국가라 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 어디서 민주주의를 찾고 어느 곳에서 공화국이라 하겠습니까? 미안하지만, 미국에서는 정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바마 정부 또는 행정부(Administration)라고 합니다.

독재의 냄새가 곳곳에서 납니다. 국민을 졸로 아는 안하무인격의 통치 행태입니다. 결과는 뻔합니다. 20%대의 지지율이란 국민 대부분이 이 정권에서 기대를 접었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의 지지율이란 이 대통령의 친인척 몇 명과 포항에 사는 몇몇 분일 것입니다. 인사에서 보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집권 초기에 고소영이니, 강부자 정권이니 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영일만 친구들”로 채워졌습니다. (‘영일만 친구’는 가수 최백호의 노래 제목이며 이 대통령이 포항 출신으로 영일과 포항 출신을 우대한 인사로 정치권에서는 ‘영포라인’으로 불립니다.)

여기서 한가지, 저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투표 행태가 지역감정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출신지역 사람이 국회의원 또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자신이 되지 못하더라도 대리만족 때문일까요? 그것도 아닌 것이 옆집에 돈 많은 사람이 산다고 해서 내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까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사람들인데 대리만족이라니요.

대리만족이란 실질적으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 한국인들도 지역감정에서 벗어난 진정한 인물투표로 국가의 지도자를 뽑을 때가 되었습니다. 지역 정서는 살리되 감정은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 전 국민이 고르게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 고향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내 주머니가 두둑해지지 않습니다. 한국의 최고부자 이건희 씨가 한남동에서 산다고 합니다. 그가 가리봉동으로 이사하면 가리봉동의 통계상 가구당 평균 소득은 엄청나게 올라가겠지요. 나의 실질 소득도 올라가나요? 정신 차려야 합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표를 달라고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것에 속지 말아야 한국의 장래가 밝습니다.

노무현의 실수

노무현은 자신의 입으로 좌파정권이라고 했습니다. 3대 보수 신문은 임기 내내 모든 정책이 사회주의적이며 빨갱이를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서 탈피해 보고자 한나라당과 연립정부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만회의 전략으로 미국과 FTA를 들고 나왔습니다. 노무현 정권으로서는 FTA가 체결돼도 좋고 안 돼도 좋고 하는 심정으로 우파들의 정책을 던져 놓은 것입니다. 우파들의 지지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지부진했고 처음에는 한국이 급하지 않아 FTA 조항들이 한국에 유리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에 나와 FTA 조항의 점하나도 바꿀 수 없다고 큰소리쳤습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하여 나중에는 미국과 협상하는데 실력이 달려 전문인력을 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여기서 개인의 명예에 누가 될까 봐 언급하기 곤란하지만, 사실이기에 짚고 넘어갑니다. 국가를 위하고 국민이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장관급입니다. (Minister for Trade)
김종훈은 이곳 샌 프란시스코의 총영사였습니다. 미국의 영사들이 하는 일 이란 미국에 사시는 분들이 잘 아실 것입니다. 수도 없이 많은 무슨 무슨 한인회니, 동포회니 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축사하고 인사합니다. 다시 말해 한인들을 위해 일한다는 말입니다.

외교관 중에서 미국의 대사를 가장 노른자위로 치는 이유도 워싱턴의 정치인들과의 교류로 한국을 대표하여 일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사관도 워싱턴에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을 떠나 미국의 외교나 통상과는 거리가 먼 (지역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샌 프란시스코 영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무역협상의 책임자로 있다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것입니다.

통상분야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많은 부처가 연관되기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조정기능이 탁월해야 합니다. 자동차나 조선 반도체분야, 쌀이나 과일 등 농산물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서비스분야나 지적 재산권분야 등 어느 정부부처 한 곳도 FTA 교섭분야에서 제외되는 곳이 없습니다. 정말 탁월한 지식과 조정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입니다. 김종훈은 국회에 나와 의원들과 저질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고 급기야 영문번역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맡겨 1페이지에 20여 곳이 틀린 예도 있어 미국과 협상을 다시 하기도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최근 EU(유럽연합)와 FTA를 추진하기 위하여 통상전문가를 모집하였는데 위대한 대한민국에서 단 한 명도 없어 할 수 없이 대학교수들로 채웠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교수들은 이론에는 밝아도 실무에는 약합니다.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수들이 정치권에 들어가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경제학과, 경영학과 교수들이 월 스트리트에 들어가서 돈 벌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에서 유명했던 롱텀 캐피탈 펀드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교수들이 세운 회사였습니다. 망했습니다. 이론의 토대 위에 그에 못지않은 경험이 필요한 것입니다. 인구 5000만 명인 나라에서 통상전문 변호사 한 명 찾을 수 없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노무현이 정책적으로 툭 던져 놓은 것을 이 대통령은 한 발 더 나가 누더기가 되도록 미국에 유리한 조항들을 재협상을 통해 집어넣었습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국민이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수 언론은 노무현이 추진한 FTA인데 왜 좌파들이 반대하느냐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꽃놀이패 외교를 놓치다

소에게 풀을 먹일 때 남이 애써 가꿔놓은 농작물을 소가 뜯어 먹지 못하도록 고삐를 잡고 뒤에서 감시합니다. 그런데 머리 좋은 소년은 물 고랑으로 소를 집어넣습니다. 고랑에 든 소는 농작물을 먹을 수 없을뿐더러 양쪽 둑의 풀을 마음 놓고 뜯어 먹습니다. 그래서 ‘고랑에 든 소’를 가리켜 일거양득, 꽃놀이 패라고 합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미국의 의도에 따라 꽃놀이 패를 즐길 수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놓쳐 버렸습니다. 지난 글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은 지금 아시아 지역에서 FTA와 TPP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 25-1의 ‘미국이 가야 할 길’ 참고)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패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하여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국은 TPP로 중국에 왼발을 걸쳐 놓고 FTA로 미국에 오른발을 걸쳐 놨습니다. 마치 고랑에 든 소처럼 양쪽의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는 형국이 형성된 것입니다. 시간을 끌수록 한국에 유리합니다. 그 말은 협상에서 유리한 조항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바로 등거리 외교입니다.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국가소송제(ISD) 조항도 단번에 지워버릴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국인들과 한국언론은 지금 지엽적인 ISD 조항을 따질 게 아니라 어떻게 무슨 이유로 대통령 혼자서 결정하여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쳤느냐를 따져야 합니다. 노가다 정권의 등신 외교로 한국만 손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FTA나 TPP를 찬성합니다. 물건을 팔아먹고 사는 나라에서 관세를 없애는 협상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사주는 나라에서 요청하는데 몰라라 할 수 없습니다. 단, 최대한 국가에 유리하게 협상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도 자기 나라가 불리하게 되는 협상은 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정말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는데도 지도자 한 사람의 욕심과 무지로 국가적인 이익을 버린 것입니다.

역사는 평가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역사 속에서 부끄러운 끝맺음이었습니다. 역사에서 보면 자신의 불찰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도자는 없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도 더하면 더했지 결코 떳떳한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술좌석에서 부하의 총으로 마지막을 맞은 지도자는 부끄러운 것입니다. 지금은 인터넷 시대라서 역사를 승자의 뜻대로 왜곡되게 기록할 수 없습니다. 전 국민이 블로거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이 삼천궁녀와 놀아나고 그 궁녀들이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터무니없는 기록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백제의 인구로 보나 부여(扶餘) 성의 크기로 보아도 삼천 궁녀들이 살 수 있는 크기가 되지를 못합니다. 라스베가스에 있는 MGM 그랜드 호텔의 방 숫자가 4,000개입니다. 가보신 분들은 그 크기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아실 것입니다. 1350년 전에 단층 짜리 한옥 건물로 방이 3,000개나 되는 건물을 지었겠습니까? 궁녀들은 당연히 한방에 한 사람씩 기거했을 것입니다. 왕이 언제 찾을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과거에는 전임자들의 흔적을 지우고 터무니없는 기록을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임기가 끝나자마자 잘못했으면 벌을 받습니다. 이런 시대에 사는 것을 지도자만 모릅니다. 산 정권이 죽은 정권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유머지만 결코 유머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을 아래에서 느껴 보십시오. 보수 언론이 아무리 MB 어천가를 불러도 시계는 돌아갑니다. 안타깝습니다. 좌우 보수 진보를 떠나 무엇이 진정으로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외교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1582년, 선조 15년 12월 율곡 이이는 병조 판서에 임명됩니다. 지금의 국방부 장관입니다. 모두다 잘 알고 있듯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선조가 이 뜻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임진왜란이 일어나 조선은 7년 동안 왜군에게 짓밟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학자들은 율곡이 십만 양병설을 주장한 것이 역사서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역사는 새롭게 밝혀지고 조명이 됩니다. 여기서는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도자가 소통이 안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유머로 즐기면서 다시 한 번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유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율곡 이이가 선조 임금에게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는데 강원도 출신이라 강원도 사투리로 선조께 이야기하니 선조가 알아듣지 못하고 율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임진왜란이 일어났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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