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처음

11.17.2012.

누가 죽었다는 것을 서양 사람들은 ‘Passed away’라고 한다.
지나가다, 사라지다… 서양 사람들은 태어나 죽는 것을 단순히 시간이 흐름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을까? 평행으로 가는 기차의 레일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것으로… 아니면, “모든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아 발전한다.” 라는 다윈의 정의처럼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종으로 태어나기 위하여 죽는 것일까?

레테 ( Lethe )의 강을 건너면 정말 다시는 살아 돌아 올 수 없을까?
플라톤은 이 강을 “이데아의 세계와 감각의 세계가 분리되는 삶과 죽음의 마지막 경계”라고 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사람은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데 타나토스라는 저승사자가 죽은 이의 영혼을 인도해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에레보스 ( Erebus )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암흑세계를 뜻하는데 에레보스에는 5개의 강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 강은 비통의 강 또는 슬픔의 강을 뜻하는 아케론 ( Acheron ) 이다.
이 강에는 카론이라는 뱃사공 영감이 있다. 이 영감은 바닥이 없는 소가죽 배로 혼령들을 강 건너 쪽, 즉 피안으로 실어다 준다. 그런데 이 소가죽 배를 얻어 타려면 적어도 엽전 한 닢이라도 내지 않으면 절대로 이 강을 건널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세상을 떠난 사람의 입에다 꼭 엽전 한 닢을 넣는다고 한다. 여기서 영혼이 슬픔을 버리고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죽은 사람의 관속에 노잣돈이라며 돈을 넣는다.

두 번째는 통곡의 강이라는 뜻이 있는 코퀴토스( Cocytos )이다.
깊고 검은 시름의 강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불의 강, 불길의 땅 이라는 뜻이 있는 플레게톤 ( Phlegethon ) 이다. 용솟음치는 불길의 폭포가 분노로 이글거리는 곳이며 이전의 강에서 느꼈던 비통과 시름을 불로 정화해 깨끗한 영혼을 얻는 곳이다.

네 번째는 혐오스럽다는 뜻도 있는 증오의 강인 스틱스( Styx )이다.
저승을 일곱 바퀴 돌아 흐르는 강이며 원래는 이 강의 여신의 이름이다. 1970년대 시카고 출신 록 그룹 스틱스도 여기서 이름을 따온 것 같다.

다섯 번째는 마지막으로 망각의 강으로 유명한 레테( Lethe )의 강이다.
스틱스를 건너고 나면 죽은 영혼은 지상에서의 기억을 모조리 지워 버리도록 이 강물을 마시게 강요당한다. 죽은자는 이 강물을 마시고 이승에서의 기억을 모두 잊는다고 하며 영혼이 새로운 육체 속에 들어가 이승의 일, 전생의 번뇌는 까맣게 잊고 저승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곳이다.

그러나 레테의 강에서도 지우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랑의 추억이라고 한다. 그런데 잔인하게 사랑의 추억마저도 지우는 게 있으니 그게 바로 잠의 신 히프노스의 동굴 속에 흐르는 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지우지 못하는 것이 원한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한국의 무속 신앙에서 이 일을 대신하는지도 모른다. 한을 안고 억울하게 죽어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에 떠도는 영혼을 씻김굿으로 달래주어 좋은 곳으로 가게 해준다.

작가 이문열은 “레테의 연가”에서 레테의 강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내일이면 한 남자의 아내가 된다. 여성에게 있어서 결혼은 하나의 레테이다. 우리는 그 강물을 마심으로써 강 이편의 사랑을 잊고, 강 건너편의 새로운 사랑을 맞아야 한다.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오직 그 새로운 사랑만으로 남은 삶을, 그 꿈과 기억들을 채워 가야 한다.”

여성들은 주어진 인생을 이렇게 숙명처럼 받아들이지만, 남자들은 레테의 강을 건너고서도(결혼) 첫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레테의 강물이 너무 싱거워서 일 것이다. 이제부터 카론이라는 뱃사공 영감이 레테의 강물에다 “처음처럼”을 섞어서 마시게 할지도 모른다. 한국인이 폭탄주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을 할아버지가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차이가 있다. 불교는 저승의 백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전생의 무엇이 이승의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를 태면 죄의 질에 따라 전생의 무엇이 이승의 무엇으로 결정되어 지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믿고 싶다. 사람이 죽으면 육체는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5개의 강을 건너 마지막 강, 레테의 강물을 마시고 이승의 모든 기억을 지운 다음 새로운 육체의 영혼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의 영혼은 죽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므로 인간복제는 필요가 없다.

우리는 누가 죽었다는 것을 서양 사람들과 달리 ‘돌아가셨다’고 한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돌아갔을까? 처음으로, 처음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갔을까? 처음 온 곳은 어디였을까? 돌아갔다는 것은 단순히 불교의 윤회사상에 기초한 말일까?

돈다는 것은 처음이 없다는 말이다. 종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버스는 종점에서 출발한다. 땅끝은 끝이면서 시작점이다.

살다 보면 좋은 일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을 때가 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보라고 한다. 바둑을 두고 나서도 무엇 때문에 지게 되었는지 복기를 해본다.

좋은 일이 있어도 교만하지 말고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한다. 처음의 각오가 중요하다. 처음이 중요하다. 동그라미는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원을 만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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