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수학 공식 하나로 월가 무너지다

7.13.2012.

미국 경제가 잠시 호전되는 것 같더니 다시 주춤하고 있습니다. 장기 침체로 접어든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낙관적 시각의 경제학자들도 이제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인기 있는 경제 칼럼니스트인 타일러 코언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신의 저서 “거대한 침체(The Great Stagnation)”에서 “우리는 지금 고성장 시대의 환상은 깨지고 저성장을 하는 거대한 침체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고성장의 환상을 깨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특히 미국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1880년부터 1940년까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기술이 선보였다. 전기, 자동차, 비행기, 냉장고, 전화기, 옥내 화장실, 의약품, 대량 생산, 타자기, 녹음기, 라디오, 텔레비전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기존에 있었던 철도와 해운은 엄청나게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1953년 이후 인터넷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삶을 그렇게 크게 변화시키는 존재는 거의 없었다. 즉, 쉽게 따는 과일들은 없어졌다는 얘기다. 40년이 넘는 기간에 쉽게 따는 과일들이 없어졌음에도 미국은 아직도 쉽게 따는 과일들이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일본은 장기 침체로 접어들어 세계 경제를 리드 할 수 없고 이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리라 예측을 했습니다. 이 책은 2011년 뉴욕타임스 베스트 셀러였고 이코노미스트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입니다.

심지어 그동안 줄 곳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긍정론을 펼쳐온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까지도 한발 물러섰습니다. 어제 CNBC 경제전문 방송과 인터뷰에서 “전반적인 미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성장이 거의 정체국면에 빠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버핏 회장은 워싱턴 경제클럽 만찬에서 “유럽 위기 상황이 미국으로 크게 확산하지 않는 한 미국 경제가 또 다른 경기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진단했었습니다.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의 관점으로 보면 유럽의 침체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미국 정부 자체가 큰 딜레마에 빠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다름 아닌 재정절벽(Fiscal Cliff)입니다. 재정절벽이란 재정적자가 한도에 부닥쳤을 때 정부 재정지출이 일시에 중단되는 것을 말합니다. 재정지출이 중단되면 복지축소로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고 경제 역시 침체로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럽 각국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하면 미국 정치 상황이 어떻게 진행이 될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의 재정절벽은 의회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 내년 초 연방정부 재정지출이 감축되는 동시에 부시 행정부 시절의 감세가 예정대로 올해 말로 끝나면서 내년 초 세금인상이 겹치는 것을 뜻합니다. 미국 경제에 지출감축과 세금인상이라는 악재가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것입니다. 선거가 있기에 기 싸움으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정치가 경제에 중요한 이유입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 책임자인 더글러스 엘멘도프 국장도 재정절벽이 지금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눈치 빠른 돈 많은 부자 미국인들은 금년내로 비싼 주택을 팔아 치울지도 모릅니다. 내년부터 감세가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약간 상승하는가 싶던 주택시장이 또다시 침체로 빠질지 모릅니다. 미국이 침체에 빠지니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잘나가던 중국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미국에 물건을 제일 많이 팔던 비단장사 왕 서방이 물건을 사줄 나라가 돈이 없다 보니 동반 저성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아무튼, 미국의 앞날이 썩 밝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 경제 역사의 큰 줄기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인간의 탐욕에 불을 지펴 준 것입니다. 낮은 이자로 미국인은 집을 사고 그 집의 담보 채권으로 월가 사람들은 돈 투기를 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현실입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댐이 무너지는 것도 조그만 균열로 시작되고, 화산이 폭발하는 것도 힘의 누적 때문에 가장 약한 지표를 뚫고 올라옵니다. 인간이 모를 뿐입니다. 여기 인간의 탐욕을 수학 공식 하나로 보증해준 사연이 있습니다. 바로 아래 공식 하나 때문에 월가 사람들이 너도나도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들었습니다.

얼핏 보면 고대 비문 같기도 하고, 외계 문자 같기도 한 이 공식의 정체는
“가우시안 코플라 함수(Gaussian Copula Function)”입니다. 전기 등 공학에서 사용되는 공식입니다. 월가로 들어가 금융공학이란 이름으로 정착했습니다. 창안자는 “데이비드 리”라는 중국계 금융공학자입니다. 지렁이 같은 수학 공식이 나오니 학창시절이 생각나 머리부터 지근거리실지 모르나 지레 겁먹지 마십시오. 문제 푸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 공식을 이해 하시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하여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관하여는 지난 저의 글에서 여러 번 아주 쉽게 많이 언급하였으므로 여기서는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집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은 다 아실 것입니다. 은행은 개인들에게 대출해 주고(보통 3년 또는 5년) 매달 이자와 원금을 받아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한국) 그런데 미국 은행들은 한 발 더 나가 이 대출 채권을 5년 동안 가지고 있지 않고 이것을 채권으로 만들어 팔아먹습니다. 그 이유는 관리비를 줄일 수 있고 연채 부담이 없을뿐더러 채권을 판 돈을 다시 신규 대출을 해 줄 수 있기에 돌리는 겁니다. 이 채권이 바로 부채담보부증권이라는 이름의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라고합니다. 아래 그림은 CDO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간단한 그림입니다. 어렵지만 제가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에 사시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불황으로 빠지게 한 상품이기에 이 분야에 계시지 않은 분들도 알아두시면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1번 Asset(자산)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들입니다.

2번 Primary securitisation market에서 모기지 채권들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는 도랑 치는 작업(trench, 트렌치, 여기서 트렌치라 함은 한국인이 바바리 코트라고 하는 옷의 이름과 같습니다. 2차 대전 때 군인들이 참호(도랑)속에서 근무를 할 때 비가 내리면 입었던 우비를 트렌치 코트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바바리 코트는 상표일 뿐 표준어가 아닙니다.)을 합니다. 이유는 채권마다 신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조각들(trench)을 MBS(Mortgage Backed Security, 모게지 담보부 증권)라고 합니다.

3번 CDO는 이렇게 재구성된 채권(MBS)중에 등급이 낮은 부분을 다시 한번
Secondary securitisation market에서 리 패키지 하는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좀 더 많은 AAA등급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2번에서 많았던 B등급 채권이 3번에서는 A등급으로 바뀐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머리 가진 월 스트릿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이렇게 사기를 치는 겁니다.

4번은 시중에 파는 과정입니다.

복잡하지만 비교적 쉽게 설명해 드린 이유는 알고서 당하자는 뜻입니다. 물론 여러분은 이런 상품에 투자하지 않았기에 직접적인 손해는 없지만, 월가 사람들이 투자하여 실패하자 미국 정부에서 공적자금(국민 세금) 투자하여 살렸습니다. 국민에게 복지로 돌아가야 할 자금이 월가로 들어갔으니 간접 피해를 보았고 세계적인 불경기로 직접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용도 모르고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복잡한 위 내용을 알기 쉽게 표현하면 이런 것입니다. 비빔밥에는 여러 가지가 들어갑니다. 시금치, 고사리, 콩나물, 당근, 소고기, 참기름 등등 아주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여러 종류의 각각의 원가와 맛은 다 다릅니다. 이것을 비벼놓으면 원가가 싼 것이나 비싼 것이나, 맛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다 맛있어 집니다. 이제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파생금융 상품은 이론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제가 쉽게 설명한 것 뿐입니다. 월가는 수재들이 모인 곳 입니다.

CDO는 1995년도에 만들어졌으나 인기가 없었습니다. 월가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언제 특정한 집 가격이 내려갈지, 돈 빌린 사람이 언제 실직해서 돈을 못 갚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큽니다. 여러 개를 혼합하면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CDO란 상품을 만들어 봤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있었습니다. CDO는 500~1,000개의 모기지 채권을 묶어서 새로운 채권을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만든 사람도 잘 모른다는 겁니다. 그런데 2000년에 “저널 오브 픽스드 인컴(The Journal of Fixed Income)”이란 학술지에 발표한 가우시안 코풀라 함수의 공식을 보고 월가 사람들은 흥분했습니다.

불확실한 수많은 모기지의 상환 가능성을 계산해서 가격을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서 거래가 힘들다던 CDO에 가격을 매길 수 있게 되자 엄청난 시장이 열렸습니다. 더구나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신규 자금이 월가에 몰려들면서 CDO란 신상품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CDO 시장은 2000년 2,750억 달러 정도였지만 절정에 달했던 2006년 4조7,000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월가의 사람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습니다. 탐욕이 목까지 차오르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잊은 것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언젠가는 꺼진다는 것을 잊었습니다. 결정적 이유는 중요한 가정(假定)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CDO 시장이 번창할 때의 모기지 채권이 부도날 위험에 대한 시장 가격은 지난 10년간 부동산 활황기 가격을 기초로 한 것입니다. 그러니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때의 위험성을 간과한 것입니다.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로 주택가격이 내려가면서, 가우시안 코풀라 함수로 산정한 CDO 가격은 아무 의미 없는 수치로 변했고, 60%나 폭락했습니다. 월가의 금융인들이 그만 탐욕에 눈이 멀어 그 함수의 함정을 무시해버린 것입니다.

처음에는 천사의 함수로 왔다가 악마의 함수라는 것을 알기에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지옥에서 온 악마의 공식은 탐욕으로 코팅된 안경으로 보니 천사로 보였으나 마음을 비우고 안경을 벗고 보니 일장춘몽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허무하시지요? 설마 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사실입니다.
조그만 것 하나가 세상을 흔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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