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창조경제보다 더 황당한 생활보수

9.2.2017

한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는 자신만의 확고한 역사관과 정치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으로 뚜렷한 업적을 남기게 됩니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과연 어떤 한국의 지도자가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한 번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보고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보다는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켜봤으나 너무나 황당한 ‘생활 보수’라는 말이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이것은 아니다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릇된 역사관과 자신의 정치 철학이 없고 지식이 없었기에 주변 교수들이 조언하는 추상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언어로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고 임기도 마치지 못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창조경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등 지극히 현실적이지 못하고 교수들이 논문 쓸 때 사용하는 언어의 유희를 그대로 카피하는 바람에 국민과 함께하지 못하고 구름처럼 떠 있는 지도자가 돼버린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것이 정부 조직 중에 ‘미래창조과학부'(미창과부)를 만든 것입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가서 보기) 과학과 기술을 구별하지 못했기에 생겨난 조직이었습니다. 그러니 담당 장관을 임명하는데 과학자가 아닌 통신 기술자를 임명하려다 실패한 것입니다.

재미난 얘기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라는 말은 원래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John Howkins)가 주창한 개념인데 한국의 모 교수가 차용한 것입니다. 자신의 이론이 아니었기에 누가 물으면 담당 장관조차도 속 시원한 설명을 하지 못했습니다. 토머스 사전트(Thomas Sargent)는 201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하다가 현재는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어느 날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식사 중 제자 한 명이 창조경제를 아주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했고 다 듣고 난 교수가 아주 감동하여 이렇게 딱 한 마디 하였습니다. Bullshit! (좋은 표현으로 ‘헛소리’)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문재인 정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도대체 한국 대통령은 어떤 생각으로 국가를 운영하려 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 조직 중 ‘중소벤처기업부’를 보겠습니다. 지극히 후진적 명칭입니다. 정부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겠다는 야심 찬 생각으로 새로운 부처를 만든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정부 주도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정부가 주도하게 되면, 지원을 명목으로(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니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 규제가 생겨나고 결과적으로 혁신을 저해하게 됩니다.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가 왜 잘못되었는지 보겠습니다. 한국인들이 유행 따라 정확한 뜻도 모르면서 ‘벤처'(Venture)라는 말을 첨단 과학인 것처럼 쓰고 있는데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벤처는 한 마디로 사느냐 죽느냐, All or Nothing입니다. 엄청난 모험과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말입니다. 실패하는 것, 망하는 것이 99%이고 성공하는 것이 겨우 1%입니다. 위험하다고 하는 투자업계에서도 있을 수 없는 위험한 확률입니다. 그래서 벤처의 산실인 실리콘 밸리에서도 벤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스타트업'(Startup)기업이라고 합니다. 단 1%의 성공 확률을 보고 투자하는 벤처자금(Venture Capital)이라는 말도 엔젤 캐피털(Angel Capital. 천사의 자금)로 부른지가 오래되었습니다.

투기 중의 투기가 벤처입니다. 성공 사례만 언론에 보도되니 모두 다 성공하면 대박으로 생각하지만, 실패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벤처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인센티브를 주면서 부추기지 말고 환경만 만들어 주면 정부가 할 일은 거기까지입니다. 공정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여건만 만들어 주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수많은 벤처가 탄생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인간의 탐욕(Greed)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 있는 연예인으로 성공할 확률이 1%라고 합니다. 연예인 지망생이 1백만 명 시대랍니다. 월 평균 수입이 1백만 원 미만인 연기자가 70%라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 젊은이들이 취업이 어렵다고 벤처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부추겨 피어보지도 못한 꽃망울을 모질게 꺾어버리는 정책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한 정책이지만, 젊은이들을 노량진으로 몰려들게 하는 정책보다 더 안 좋은 정책입니다. 불 보듯 뻔합니다. 분기마다 벤처가 몇 개 생겼느니 하고 통계 수치로 국민을 현혹할 것입니다.

정부가 주도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발상은 70년대 사고입니다. 코미디는 한 번으로 족합니다. 김대중 정부 때 신지식인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골품제도 아니고 여기에 들지 못하는 사람은 구닥다리 지식인인가요? 도대체 이런 발상을 하는 공무원이 버젓이 있으니 정권이 바뀌어도 황당한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입니다. 신지식인 보러 가기

더 재미난 일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지명입니다. 최첨단 기술과 과학으로 무장하고 시작하는 벤처 업무를 관장하는 장관 후보자가 창조과학 신봉자라니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과학자는 창조론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직업 의미를 잃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신이 창조했는데 과학적으로 밝혀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개인의 종교적 철학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앙을 받아들이면 이렇게 됩니다. 원시 시대의 제사장처럼 신의 명령을 받은 자가 이것을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제정일치(祭政一致)로 착각하는 겁니다.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믿는 것은 개인 신앙의 자유지만,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그가 창조론자인 것은 종교의 자유라고 동문서답한 것이 과학계를 더 분노하게 했습니다. 그가 창조론자건 진화론자건 개인 종교의 자유일지 모르지만, 모든 과학을 신이 창조했다는 창조과학론을 주장한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과학의 본질을 부정하는 창조과학 신봉자는 순수 지성 과학자들을 욕되게 하는 ‘과학 기술자’에 불과합니다. ‘지성의 천박함’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들의 울타리 안에 갇힌 사고입니다. 벤처라고 하니 반듯이 과학자가 적임일 것이라는 선입견입니다. 여기에는 모든 것을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 사고가 내재해 있는 것입니다. 벤처 기업 자격을 장관이 심사하고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사고입니다. 이러니 규제가 어떻고 하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미국처럼 멍석만 깔아 주면 됩니다.

화룡점정은 청와대에서 나왔습니다. ‘생활 보수’이기 때문에 장관 임명에 하자가 없다. 언어의 유희로 대통령을 희롱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조짐이 좋지 않습니다. 자신의 정치 철학이 없으면 자신의 눈으로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참모들의 눈으로 사람을 보게 되기에 국민의 생각과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로 두고 장관 자리를 없애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면 안 됩니다. 과거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과거 벤처기업을 정부에서 지정하여 지원하니 별의별 사기가 많았습니다. 강남의 룸살롱도 ‘아방궁테크’라고 상호 뒤에 ‘테크’만 붙이면 수억 원의 정부 지원과 대출이 가능하여 온갖 사기꾼들이 다 모여 눈 먼 돈 정부 자금을 쓸어갔습니다.

정부에서 할 일은 제일 먼저 특허제도를 고치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글에서 주장한 것처럼 미국식으로 ‘선발명주의'(First to Invent)로 고쳐야 합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벤처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첫째가 기술 유출이고 둘째가 운영자금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면 기술 유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기술 유출이 되어 대기업이 사용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선발명주의로 특허제도를 고치게 되면, 정부는 가칭 ‘venture.gov.kr’ 처럼 웹사이트를 만들어 누구나 아이디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로그인 기록이 있기에 특허와 관계없이 선발명자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IP 접속을 막으면 됩니다. 벤처 투자금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 투자자가 위의 웹사이트에서 아이디어를 선택하여 투자하도록 하여야 선순환이 지속해서 이루어집니다.  크라우드 펀딩도 가능합니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이런 웹사이트를 운영하게 되면 신뢰도가 쌓여 아이디어를 사고파는 마켓이 형성됩니다. 왜냐면 아이디어가 벤처 기업으로 성공하게 되면 엄청난 자금을 주고 인수 합병해야 하지만, 아이디어 상태에서는 큰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에 시장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또한, 벤처가 실패해도 벤처 투자금은 갚을 의무가 없으므로(빌린 돈이 아니고 주식으로 주었기에) 감옥 가는 일이 없어 재기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울타리만 쳐주고 잔디에 물만 주어 뛰어놀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입니다. 남의 기술을 훔친 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리면 벤처기업은 스스로 나타나게 됩니다. 정부가 나서서 창업 자금을 지원하면 사기꾼들만 득실거리고 정권이 바뀌면 또 그 조직은 사라지게 됩니다. 내 임기 동안에 무언가 가시적 효과를 보려는 욕심 때문에 먼 안목으로 오래가는 정책을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 내 임기 동안에 주춧돌 하나 놓았다고 생각하면 정말 성공한 대통령이 됩니다.

글을 마무리하려는 데 갑자기 푸시킨의  유명한 시가 생각나 읊어 봅니다. 푸시킨은 아내 때문에 죽었습니다.  아주 예뻐서 얼굴 값을 하느라 바람기가 있었는데 프랑스인 귀족과 바람 피운다는 소문에 결투를 신청하는데 안타깝게도 총을 먼저 맞고 맙니다. 푹 쓰러져 있다가 벌떡 일어나 마지막으로 한 말 ‘브라보!’ 라고 외치고 이틀 후에 죽었습니다. 37세.

생활 보수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생활 진보가 참고 견디면
이념 보수가 오고야 말리니
몸은 비록 생활 진보에 있지만
마음은 항상 이념 보수에 있는 것

건국과 정부 수립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코미디에
생활 보수라 답해준
순진한 생활 진보를 속이는 건
누워서 떡 먹기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바퀴벌레도 코끼리도
하느님이 창조했다는
창조과학 세상 오리니
나는 허깨비인
생활 보수가 아니라
이념 보수라네.

이 글은 돈을 벌자! 카테고리에 분류되었습니다. 고유주소 북마크.

137. 창조경제보다 더 황당한 생활보수에 1개의 응답

  1. 핑백: 1. 선물 ( Futures) 투자로 돈을 벌자 | 돈을 벌자! Money Never Sleeps!

댓글이 마감 됐습니다.